
임팩트 금융 생태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얼마나 많은 돈이 모였는지를 살피는 일보다, 어떤 자본이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연결되어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임팩트 금융을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 자금을 투자하는 일”로 이해합니다.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다만 그 설명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팩트 금융의 세계에서 자본은 단순히 선한 의지만을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바로 그 익숙한 설명이 임팩트 금융의 본질을 가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임팩트투자를 지분투자로 이해합니다. 아마도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장면이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필란트로피(Philanthropy)는 기부로,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는 큰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 역시 완전히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익숙한 이해만으로는 지금 임팩트 금융 생태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총액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위험을 감당하는가'
임팩트 금융의 핵심은 좋은 일에 돈을 모으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성격의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어떤 순서로 배치되며,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있습니다. 같은 사회문제를 두고도 재무적 수익을 기대하며 들어오는 자본이 있고,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먼저 떠안으며 들어오는 자본도 있습니다. 또 어떤 자본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조직이 버틸 수 있도록 더 오래 머물며 돕고, 어떤 자본은 손실을 흡수함으로써 더 큰 민간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임팩트 금융은 이렇게 서로 다른 자본의 역할 분담 위에서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좋은 일’에 모인 자본의 총합이 아니라, 각 자본의 역할을 조율하고 설계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란트로피, 블랜디드 파이낸스, 결국 성패는 설계도에 있다
이 지점에서 필란트로피는 단순한 기부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필란트로피는 임팩트 금융의 바깥에 있는 별도의 세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시장이 아직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먼저 떠안는 자본으로서 임팩트 금융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기부는 직접적인 필요를 채우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전략적 필란트로피는 스스로 설정한 사회문제 해결의 목표와 경로를 향해 자금을 배분합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의 특성에 맞추어 보조금, 대출,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네트워크와 전략, 임팩트 성과관리까지 지원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돕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단지 “좋은 뜻”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블렌디드 파이낸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총 몇백억 원 규모를 조성했다”는 식으로 성과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총액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위험을 흡수했는가”, “그 결과 어떤 후속 자본이 들어올 수 있었는가”와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만약 앞단의 자본이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 손실 가능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뒤따르는 민간 자본이 참여할 수 있었다면, 바로 그 지점이 블렌디드 파이낸스의 성과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규모보다 구조, 총액보다 설계에 우리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임팩트 금융 시장의 성숙은 단순히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 측정되기 어렵습니다. 시장이 얼마나 다양한 자본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자본들이 각자 가장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지표입니다. 기부와 투자, 필란트로피와 임팩트투자, 촉매자본과 상업자본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라기보다,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각기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자본들입니다. 이들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임팩트 금융 생태계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좋은 뜻’ 너머 성숙의 시장을 기대하며
어쩌면 지금 임팩트 금융 생태계에 자금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조가 보여야 설계가 가능하고, 설계가 가능해질 때 더 많은 자본이 제 역할을 하며 들어올 수 있습니다. 좋은 뜻만으로는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장은 결국 역할을 나누고, 위험을 배분하며, 기대를 조정하는 설계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명확한 정의와 설계가 필요한 임팩트 금융의 고도화를 위해, 저는 요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SOVAC Salon X 임팩트 써밋의 오픈렉처를 맡게 되어 매우 좋은 타이밍을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계의 고민과 궁금증이 큰 흐름에서 만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슷한 고민을 지니고 있는 많은 구성원분들을 만나 임팩트 금융을 단순히 “좋은 일의 자금조달”로 보는 익숙한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 다른 자본이 어떻게 연결되고 설계될 때 비로소 사회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커지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앞으로도 이러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돈의 크기보다 자본의 역할에 주목하며, 임팩트 금융 생태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계속해서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기고 :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겸 SSIR-K센터장 강창모
| 제목 | [SOVAC Column] 임팩트 금융 생태계를 이해한다는 것: 돈의 크기보다 자본의 역할을 묻는 일 | 등록일 | 2026.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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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 |
금융/투자 |
출처 | SOVAC |
| 유형 | Article | ||
| 해시태그 | #임팩트금융 #필란트로피 #블랜디드파이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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